대부도 비치캠핑장: 두 가족 우중 캠핑(2020.09.11-12)
1. 계획
일주일 전 부인이 애들과 집에서 답답해 미치겠다고 폭풍 검색했다. 갯벌, 바다, 거리를 고려하여 찾은 곳이 이곳 대부도 비치캠핑장이다. 블로그 리뷰가 좋았다. 갯벌 바로 앞인 A열을 원했으나 벌써 예약이 차버렸다. 다음날 부인이 전화해서 물어봤더니(010-4032-3379) C열을 추천했다. 부인끼리 절친인 애 셋 가족과 C4, C5 구역을 예약했다. 4인 기준이라 1명당 1만원씩 올라간다. 4인은 평일, 주말, 휴일 구분없이 4만원이다.
2. 주행
QM6에 짐을 바리바리 실었다. 너무 큰 아이스박스(58리터 미국 이글루)를 사서 고기에 해산물에 음료수에 많이 넣어 좋긴 한데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트렁크를 포기하고 조수석에 넣는다. 경부고속도로 막히고 사당역 교차로 막히고 고속도로 2번 통행료 내고 2시간 13분걸려 도착했다. 잠간씩 갯벌이 보이는 대부도 다리 드라이브 코스 정도가 괜찮고 나머진 끝없는 회색 아스팔트와 도시의 우중충한 건물 사이를 달린다. 시흥을 지나는데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걸 보니 여기가 뜰 것 같다. 캠핑장까지 10분 넘게 황토길을 달리는데 비 오는 날엔 차 더럽힐 각오를 해야 한다.
3. 주차 및 텐트
캠핑장에 들어오니 바로 C-4구역이다. 맞은 편에 펜션, 매점,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등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참고로 C-4가 편의시설과 가장 가깝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장님이 예약하신 분이냐 물으시며 종이에 뭔가를 쓰신다. 인상이 좋으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B열이 아직 안 들어와 C-4에서도 갯벌이 보인다. 밧줄로 구역이 표시되어 있어 갯벌 반대쪽에 차를 댄다. 이젠 친구같은 코베아 문리버 2를 꺼낸다. 몇 번 쳐봤다고 10분도 안 걸린다. 이젠 초딩 애들도 폴대를 끼운다. 아직 팩은 내가 박는다. 내친 김에 텐트 앞쪽에 타프도 친다. 텐트 + 이너텐트 + 에어매트 + 타프까지 4,50분 걸린 것 같다. 나중에 타프 팩이 C-5 구역으로 넘어가서 다시 치긴 했다. 비가 많이 와서 위에 물이 고여 나무에 맨 타프 줄을 땅에 다시 박기도 했다. 다른 가족까지 타프가 2개니 한 쪽에서 먹고 그대로 놔두고 다른 쪽으로 옮겨 가서 또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마운틴 캠프라는 타프를 4만원대 후반에 샀는데 옆집 가족은 훨씬 더 큰 타프를 3만원에 샀단 말을 듣고 힘이 좀 빠졌다. 난 왜 이리 실속 없는 허당일까!!
4. 식도락
옆집 가족이 1시간 정도 늦었는데 알고 보니 어시장에서 조개류를 사 왔다. 2만원 짜리 그릴은 숯 놓는 판이 우그러졌지만 여전히 잘 사용 중이다. 1만원대 토치로 전문가 솜씨로 숯을 피운다. 새로 산 석쇠를 깔고 그 위에 조개를 깔았다. 15분쯤 지나니 조개들이 하나둘씩 입을 벌린다. 구워먹으라고 우럭도 한 마리 얻어왔는데 같이 올렸다. 가리비와 백합이었는데 맛이 끝내줬다.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숯불에 구워먹는 우럭도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니 여간 맛있지 않다.
조개 외에도 옆집에서 사온 해물칼국수, 우리가 준비한 양념 등갈비, 또 소고기, 돼지목살, 삼겹살, 부침개, 김치찌개, 돼지갈비, 과자, 자두등 끝없이 먹어댔다. 주로 내가 불맛 요리를 담당하여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모두 맛있게 게걸스럽게 먹었다. 확실히 두 가족이 가면 먹을 것은 네 배로 풍성해진다.
5. 갯벌 체험
비도 오고 코로나라 캠핑장에 있는 트램플린은 가지 않았다. 어른들은 쉬고 애들만 갯벌로 나갔다. 한 2시간쯤 신나게 놀았나 보다. 중간에 한번 가봤더니 게를 엄청 잡았는데 다 놓아주었단다. 한 녀석은 게가 손가락을 물어 아야 아야 하고 있다. 비만 안 왔으면 더 재미있게 놀았을 텐데 좀 아쉽다.
6. 새차 고장
QM6 시동이 안 걸린다. 혹시 USB 충전 단자에 스마트폰, LED 램프를 꽂아 놓아 그런가 했는데 시동 끄고 10분 지나면 전원이 모두 차단되어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차 후미등이 갑자기 켜지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는데 차에 대해 너무 무지하여 그 신호들을 무시했다. 결국 깜깜한 밤에 카드키로 트렁크도 안 열리고 문도 안 잠기고 시동도 안 걸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전화를 거니 바로 접수되어 15분 내로 요원을 보내준다. 10초만에 밧데리 시동을 걸어주고 떠난다. 차 판 사람은 우리가 차를 너무 안 타서 그렇단다. 참고로 산 지 5개월도 안 된 신삥인데...
7. 영화 감상
요금제 데이터가 200기가라 스마트폰 테더링하여 노트북에서 넷플릭스로 영화 한 편 쐈다. 가장 어린 두 놈만 영화를 보고 나머지 놈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조용한 나의 딸은 아빠 일도 거들고 엄마 일도 거들며 시간을 보낸다. 영화 보여주고 엄마, 아빠들은 수다를 떨었다.
8. 취침
두 엄마는 새벽 2시까지 장작이 다 탈 때까지, 숯이 다 꺼질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두 아빠는 11시쯤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4만원짜리 에어매트(인텍스 듀라빔)에 1만원짜리 침낭(조이캠프 마운트)이면 긴 밤이 춥지 않고 딱딱한 바닥이 두렵지 않다. 엄마와 아들은 장모님 댁에서 가져온 전기장판 위에서 잔다. 전기장판이 따뜻해서 정말 좋다. 잠자리가 바뀌니 잠이 오지 않아 블로그를 좀 보다가 유튜브를 좀 보다가 1시쯤 잔 것 같다. 누구는 빗소리를 들으면 꿀잠을 잔다는데 나는 빗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9. 기타
5미터짜리 멀티탭을 가져갔는데 짧아서 비에 젖으니 사장님께서 긴 2구짜리 탭을 빌려 주셨다. 전원을 전부 쓰고 있으니까 다시 조정을 해서 꽂을 수 있게 해주셨다. 정말 친절하고 좋으신 분이다. 난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은 캠핑 초보다. 하지만 이런 초보를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더 즐거운 캠핑이 되는 것 같다. 이곳 대부도 비치캠핑장은 갯벌을 좋아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조용하고 한적하게 자연을 즐기기 원하는 어른에게도 쉼과 휴식을 준다. 화장실, 샤워장도 깨끗하다. 화창한 날 다시 한 번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