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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수동계곡 힐링별밤수목원 캠핑장(2020.07.17)

집적거리다 2020. 7. 21. 22:49

1. 출발

아침에 일어난 초딩 4 아들래미가 마음이 너무 설렌단다. 덩달아 나도 설렌다. 월차를 쓰고 금요일에 놀러가기 때문이다. 계속 회사 안 가고 이렇게 놀러 다니며 살면 좋겠다. 진짜 그러면 부인과 싸우는 횟수도 늘어나겠지만. 깨끗한 계곡물에 우거진 나무숲에 집에서 1시간 거리의 힐링별밤수목원은 이상적인 캠핑장이다. 가는 길에 내가 항상 자기만 옳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화를 버럭 내어 한동안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 이런 다툼과 침묵은 아주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참는 자가 이기는 거다.

 

2. 입장

2시 입장인데 좀 일찍 도착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트레이더스 빵과 두유로 허기를 달랜다. 코로나로 출입구에 사람이 없고 미리 등록한 차량만 통과가 가능하다. 성격 급한 부인이 관리실에서 전화를 한 후 차를 입구로 들이밀었더니 크로스바가 열린다. 이런 건 또 부인 덕을 많이 본다.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좋은 점을 보려고 하면 금방 화해가 된다. 그래도 주차를 여기에 해라, 한쪽으로 바짝 붙여라 등 계속 잔소리를 해대어 다시 감정온도가 상승하여 고운 말이 나가지 않는다.

 

3. 텐트

숲계곡 1,2에 친하게 지내는 가족과 함께 텐트를 친다. 전에 한 번 쳐봤다고 제법 능숙하다. 15분쯤 걸린 것 같다. 이너텐트는 치지 않았다. 옆집도 금방 텐트를 치고 타프까지 치는데 텐트 두 개 위에다 칠려니 애를 좀 먹었다. 어찌어찌 치고 나니 테이블도 안에 놓고 훨씬 분위기 난다. 다음엔 타프까지 질러야겠다. 텐트 앞쪽 천에 폴을 연결하여 그늘막을 만들 수는 있으나 너무 작아 별 도움이 안 된다. 타프까지 치면 훨씬 그럴듯해 보일 것이다. 옆집은 정말 테이블에, 그릇에 이번 캠핑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해 왔다.

 

4. 식사

밥 때를 많이 넘겨 음식부터 준비한다. 우리는 등갈비만 준비했는데 옆집은 소고기, 닭갈비, 수박 등 많이 준비했다. 등갈비는 한번 익혀 왔는데도 숯불에 속까지 잘 안 익어 겉을 거의 태우다시피 했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옆집이 구운 소고기를 줬는데 등갈비를 많이 먹어 그닥 땡기지는 않았다. 옆집은 햇반인데 우리는 호일에 싼 찬밥을 숯불 위에 얹어 뎁혀 먹었다. 나중엔 프라이팬에 찬밥을 놓고 물을 부어 약한 불로 뎁혀 먹었는데 이게 숯불에 얹어 먹는 것보다 더 낫다. 하여튼 이번엔 옆집 신세를 많이 졌다.

 

5. 편의시설

숲계곡 1,2는 맨 안쪽, 맨 위쪽이라 조용하고 사람들 왕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화장실, 샤워실과 거리가 좀 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왼쪽 편에 계단이 두 개 있는데 두 번째 긴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걸어서 3,4분 거리다. 매점, 개수대, 화장실, 샤워장, 쓰레기장이 한데 모여 있다. 매점은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함께 있는데 총 5개이고 여자 전용이 2개, 남녀 공용이 3개다. 변기는 비데다. 뜨거운 물이 잘 나온다.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하게 되어 있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있다. 입장시 일반 쓰레기 봉투를 안 받아서 쓰레기를 집에 들고 갔다.

 

6. 계곡

물이 풍부하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놀러 온 초등학교 남매랑 신나게 놀았다. 나도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도 나를 만만하게 봐서 모르는 아이들도 곧잘 나와 놀아 준다. 교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물총 싸움, 공놀이를 한 시간쯤 하다가 텐트로 올라와서 다시 내려가지 않았다. 구명조끼까지 입었는데 물이 차가웠다. 아이들은 몇 시간이고 노는데 아무래도 늙었나보다. 어떤 커플은 의자를 가져다가 우아하게 발을 담그고 몇 시간씩 있는다. 나는 한 곳에 오래 있는 성격이 못 된다.

 

7. 엔터테인먼트

옆집은 무선마이크를 들고 와서 아빠랑 딸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재미있게 논다. 나도 중국에서 하나 샀는데 들고 올 생각을 못했다. 옆집은 또 감성캠핑 한다고 불멍 도구까지 가져왔다. 우린 화로에 핀 숯불이 오래 오래 타고 있다. 우리 텐트는 스마트폰으로 애들 영화를 틀어주고 옆집 텐트는 노트북으로 어른 영화를 본다. 러시아 영화라 나도 2,30분 함께 봤는데 피곤해져 자러 왔다. 애들은 역시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어른은 불 앞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8. 취침

지난 번 캠핑 때 나무평상 위에 돗자리를 깔고 침낭을 베고 잤는데 온 몸이 배겨 에어매트를 하나 질렀다. 높이가 꽤 되어 매트 위에서 몸을 조금만 틀어도 같이 자는 딸래미가 출렁거리긴 했지만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다행히 전기시설이 있어 매트 공기는 금방 충전했다. 공기 빼면 아시아나 일등석인가 비즈니스석인가 사은품으로 받은 가방에 쏙 들어가 부피도 얼마 차지하지 않는다. 에어매트 위에서 침낭을 이불처럼 하고 잤는데 이거면 앞으로도 캠핑시 취침은 문제없어 보인다.

 

9. 총평

옆집 캠핑과 비교해 보니 우리는 정말 돈 안 쓰고 좀 즉흥적이고 정말 필요한 것만 들고 다니는 것 같다. 이번 캠핑을 계기로 타프도 사고, 무선 마이크도 들고 다니고, 필요하면 노트북도 들고 다녀야지 싶다. 그리고 등갈비는 반드시 거의 다 익혀와서 숯불맛만 베이게 하는 걸로 해야겠다. 아니 다시 돼지목살이나 삼겹으로 돌아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텐트도 빨리 치고 뭔가 이전보다 좀더 짜임새있어 진 것 같다.

금방 친 텐트와 오래 친 타프
등갈비, 생각보다 속이 안 익음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2만원짜리 화로, 벌써 세 번째
불멍 장작